백년 세월을 견딘 붉은 뼈대, 해안가 난파선으로 떠난 봄 마중: 오레곤 포트 스티븐스(Fort Stevens)
- sajintour
- 2017년 4월 13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시간 전
아침저녁 기온으로 보아서는 봄인지 겨울인지 아직 구분이 잘 가질 않는다. 그래도 여기저기 만발한 꽃들을 보면 봄은 단연 봄인 듯하다. 길고 길었던 비도 한결 줄어들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쏟아지던 비가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날이 점차 늘어간다. 작년 딱 이맘때가 떠오른다. 반가운 봄을 온몸으로 즐기기 위해 101번 국도를 타고 길을 나섰다.
워싱턴주를 벗어난다. 101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워싱턴주 롱 비치(Long Beach)를 지나니 이내 오레곤주 아스토리아(Astoria)에 다다른다. 아스토리아에서 시사이드(Seaside)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포트 스티븐스 주립공원(Fort Stevens State Park)'이 모습을 드러낸다.
태평양 서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전 사용되었던 군사 시설들을 자주 마주하곤 한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거친 파도를 바라보며 옛 해안 포대가 늠름하게 설치되어 있던 역사적 장소다.
하지만 오늘 나의 진짜 목적지는 이 군사 시설이 아니다. 부대 흔적을 뒤로하고 바닷가 해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해안가에는 무려 100여 년 전에 침몰한 난파선의 잔해가 모래밭 한가운데 외로이 서 있다.
워낙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웅장했던 선체의 뼈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겨우 형체만 남은 선체 앞부분만이 파도 속에 위태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 쇠락한 모습을 무척이나 애정하고 좋아한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담는 우리 같은 사진가들에게는 더없이 근사하고 오묘한 피사체가 되어준다.
이미 몇 번이나 찾아왔던 장소지만, 차분하게 힐링하는 기분으로 오늘도 다시 한번 이 고즈넉한 바닷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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