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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 터널을 지나 마주한 화려한 색채의 향연: 워싱턴주 스캐짓 밸리 튤립 축제

  • sajintour
  • 2017년 3월 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시간 전

기나긴 겨울도 다 지나가는 듯하다. 워싱턴주의 겨울은 다소 길고 지루하게 이어진다. 겨울철은 우기라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오고, 요즘은 예전과 달라 눈까지 자주 내리곤 한다. 날씨가 이렇다 보니 마음까지 덩달아 무거워지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고국인 대한민국의 여러 상황을 바라보며 한층 더 답답함을 느끼던 겨울이었다.


그래도 그 지겨웠던 겨울이 마침내 물러가고 있다. 겨울이 끝나면 워싱턴주는 비로소 제 본래의 눈부신 모습을 되찾는다. 지천으로 알록달록한 꽃들이 만발하고, 날씨가 개면서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바라보는 마음까지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이다. 이러한 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신호탄이 바로 워싱턴주 북쪽 스캐짓 밸리(Skagit Valley)에서 펼쳐지는 튤립 축제다.


워싱턴주의 별명은 '에버그린 스테이트(Evergreen State)'다. 일년내내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봄부터 늦가을까지는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며 화려한 꽃의 향연을 선사한다. 이제 무거웠던 겨울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가슴속 답답했던 마음도 차분히 접어둔 채 화려한 색채로 갈아입은 튤립 축제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보통 축제 기간은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이 지역은 4월이라 해도 아직 겨울 기운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해 다소 쌀쌀한 편이지만, 만발한 꽃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추위마저 한순간에 싹 가시는 듯하다.


'튤립(Tulip)'이라는 이름은 터키어인 '튜르반(Turban, 머리에 두르는 두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꽃의 생김새가 마치 두건이나 왕관을 쓰고 있는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이 꽃을 옛 페르시아에서는 연인에게 구혼할 때 선물하곤 했다는데, 사랑하는 마음이 튤립 꽃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사랑의 열병으로 가슴이 검은 뿌리처럼 바짝 타 들어가는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붉은색은 '사랑의 고백', 노란색은 '바라볼 수 없는 사랑', 흰색은 '실연', 그리고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어여쁜 꽃말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 튤립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수선화 역시 지천으로 피어난다. 특히 하얗고 노란 수선화 물결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 한없이 환하게 밝혀준다.


수선화는 그 자태가 무척이나 청초하여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자만'과 '신비'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에는 무척 아름답고 아련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그리스 신화에는 '나르시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등장한다. 수려한 외모 덕분에 수많은 요정의 사랑을 받았으나,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상처 입은 한 요정이 "나르시소스 역시 가슴 아픈 짝사랑의 고통을 알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요정들에게 상처를 준 그를 괘씸하게 여긴 복수의 여신은 나르시소스가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나르시소스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미모에 사로잡혀 밤낮으로 그림자만 바라보다 결국 쇠약해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가 죽어 누운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수선화라고 한다.


스캐짓 밸리는 시애틀 북쪽에 위치해 있다.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60마일 정도를 달리다 보면 주변으로 온통 튤립 마당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도로변에서 곧바로 꽃밭이 건너다보이는 것은 아니다. I-5 고속도로 Exit 221에서 Exit 231 구간 중 어느 나들목으로 빠져나가든, 길가를 따라 '튤립 루트(Tulip Route)'라는 안내 표지판이 연이어 나타난다. 그 표지판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총천연색의 화려한 꽃밭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이곳 역시 예전 같지는 않다. 경기 영향 탓인지 오래전부터 튤립 밭의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둡고 긴 겨울 터널을 벗어나 힘차고 활기찬 봄을 맞이하자. 무거운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희망찬 미래를 품어보자. 그러한 유익한 동기를 이곳 튤립 축제에서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여행은 우리의 삶에 상쾌한 활력소를 샘솟게 해준다. 새로운 봄이 곧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만히 마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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