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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떠난 겨울바다

작년 딱 이맘때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여행을 떠났다. 지난주 워싱턴주 동부 스텝토를 다녀오느라 풀리지 않은 피곤 때문에 짧은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안가 본지도 오래된 오레곤주 캐논 비치가 오늘의 목적지였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최근엔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일단 석양 시간에 맞춰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편도 약 150마일 왕복 300마일 정도다. 스텝토에 비해 절반의 거리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려서부터 따라다니다 보고 배운 게 사진인지 아들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산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선다. 오전 11시에 출발한 탓에 캐논비치에 오후 2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늘 케논비치보다는 Ecola 주립공원을 거쳐 인디언 비치를 돌고 마지막으로 케논비치로 갔었다. 이 날도 당연히 그런 코스로 방향을 잡는다. Ecola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좁다. 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어둡기까지 하다.

입장료는 5불이다. 입장료를 내고 바로 오른쪽으로 가면 인디언 비치다. 그런데 도로가 막혀 있다. 바리게이트 넘어 도로에 나무 조각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왜 막아놓았을까 궁금함에 앞서 오랜만에 왔는데 서운함이 앞선다. 일단 포기하고 Ecola 공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좋은 것에 비해 주차장에 차는 많지는 않았다. 겨울 바다는 바람도 심하고 춥기까지 한데 이날은 공기도 따뜻하고 바람도 없다. 봄 같은 기분을 느끼며 카메라를 들고 내려갔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 뷰 포인트 위치가 막혔다. 얼마 전 심한 폭풍우가 몰아친 듯하다.

사상 최대의 엘리뇨로 올 겨울이 심상치 않다고는 들었지만 이곳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지냈다. 여기저기 무너진 언덕이 당시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다양한 위치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진을 시작한 아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케논비치로 내려가 보기로했다. 케논비치 다운타운은 일년 연중 늘 사람이 붐비는 듯하다. 이날도 그랬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닷가로 가본다. 늘 가던 길로 갔다. 그런데 입구에 커다란 모래 언덕이 서있다. 워낙 오랜만에 와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이 정도 높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것도 심한 바람으로 전보다 조금 더 높아진 듯하다.

아들이 석양을 보고 싶어 하는데 아쉽게도 좋았던 날씨가 저녁 들면서 짙은 구름이 몰려든다. 포근한 날씨로 겨울바다의 정취와 석양의 깊은 맛은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들과 좋은 시간과 좋은 사진으로 마무리를 했다. 여행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좋은 추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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