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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떠난 겨울바다

  • sajintour
  • 2017년 1월 2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작년 딱 이맘때,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난주 이스트 워싱턴 스텝토(Steptoe)를 다녀오느라 아직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던 터라, 비교적 짧은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안 가본 지도 오래된 오레곤주 캐논 비치(Cannon Beach)가 오늘의 목적지였다. 평소 바다를 좋아하지만 최근엔 통 찾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던 터였다.


일단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석양 시각에 맞춰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목적지까지는 편도 약 150마일, 왕복 300마일 정도의 거리다. 지난주 다녀온 스텝토에 비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거리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릴 적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눈으로 배우고 익힌 게 사진이었던 모양이다. 아들 녀석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한 카메라를 들고 흔쾌히 따라나섰다. 오전 11시에 출발한 탓에 캐논 비치에는 오후 2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캐논 비치를 찾을 때면 늘 해변으로 곧바로 가기보다는 에콜라 주립공원(Ecola State Park)을 거쳐 인디언 비치(Indian Beach)를 돌아본 뒤, 마지막 코스로 캐논 비치 다운타운으로 내려가곤 했다. 이날도 당연히 그 익숙한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에콜라 공원으로 들어서는 진입로는 폭이 좁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어둡기까지 한 고즈넉한 길이다.


입장료 5달러를 내고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인디언 비치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날은 도로가 단단히 가로막혀 있었다. 바리케이드 너머 도로 위로 굵은 나뭇가지와 잔해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게 주변 분위기가 사뭇 심상치 않았다.


'왜 길을 막아놓았을까' 하는 궁금함에 앞서,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길인데 들어가지 못한다는 서운함이 먼저 밀려왔다. 아쉽지만 인디언 비치는 포기하고 곧바로 에콜라 공원 전망대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화창하고 좋은 날씨에 비해 주차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겨울 바다는 보통 거센 바람과 강추위로 매섭기 마련인데, 이날따라 공기도 따스하고 바람 한 점 없었다. 마치 봄날 같은 온화함을 느끼며 카메라를 둘러메고 산책로를 내려갔다.


그런데 전망대 주변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았다. 사방의 주요 뷰 포인트 위치가 펜스로 가로막혀 있었다. 얼마 전 이 일대에 어마어마한 폭풍우가 쓸고 지나간 듯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엘니뇨 현상으로 올겨울 기상이 심상치 않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이곳에 이 정도로 큰 피해가 닥쳤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사방으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와 절벽 언덕이 당시 폭풍우의 가공할 위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채로운 프레임으로 바다를 내다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지만 대자연의 일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 막 사진에 입문한 아들에게 카메라 조작과 프레임 구성에 대해 소소한 도움을 주고, 캐논 비치 다운타운 해변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캐논 비치 중심가는 일 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소다. 이날 역시 수많은 사람으로 활기가 넘쳤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늘 거니시던 해변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해변 입구에 높다란 모래 언덕이 우뚝 서 있었다. 워낙 오랜만에 찾아온 탓에 기억이 다소 가물거리긴 했지만, 예전엔 이 정도로 높은 모래 언덕은 아니었던 듯했다. 이 역시 거센 해풍이 밀어 올린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풍경인 듯싶었다.


아들이 해변에서 붉게 물드는 석양을 내다보길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맑았던 하늘 위로 저녁 무렵부터 짙은 먹구름이 성큼 몰려들기 시작했다. 포근한 날씨 덕분에 몸은 편안했지만, 겨울 바다 특유의 쓸쓸한 정취와 붉게 타오르는 깊은 노을빛을 프레임에 담아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따스한 담소를 나누며 정성스럽게 사진을 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마무리였다. 여행이란 이렇듯 다채로운 이유로 우리 삶에 소중하고 깊은 추억을 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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