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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너의 철새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우리 사진모임인 포인트 6 회원들과 촬영을 가기로 한날 이다. 날씨가 상당히 춥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예상보다 많은 회원은 모이지 않았지만 찌든 삶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행복한 삶을 만들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모임 장소로 나갔다.

이곳 날씨도 예전 같지 않아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눈과 추워진 날씨가 몸과 마음을 움추러들게했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타코마에서 출발하는 회원 4명과 10시 정각에 출발 했다. 여름철과 달리 해가 짧아 일정은 빡빡했지만 기분 좋은 출발 이었다.

I-5 Exit 206 휴게소에서 북쪽에 계시는 회원분들을 만나기로 했다. 가는 중간 눈발이 날린다, 흐린날씨도 조금은 걱정이지만 눈까지 날리니 걱정이 더해진다. 시애틀을 벗어나니 눈이 더 많이 내린다. 길가에 눈이 쌓인다. 이러다 촬영 자체가 불가능해 질까 은근히 걱정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에버렛을 지나니 눈은 보이지 않고 하늘도 조금 열리는듯 해서 걱정되던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오전 11시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11시15분정도에 Exit 206휴게소에 도착했다. 세분의 회원님들이 나오셨다. 워싱톤주 휴계소의 좋은점은 매번 느끼지만 Free 커피 맛이 일품이다. 특히 오늘같이 추운날 따끈한 한잔의 커피는 몸과 마음을 풀리게 한다. 이곳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순간이다.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목적지인 라코너 입구로 출발했다. 라코너 가는길은 Exit 221이니 얼마 걸리지 않을듯 하다. 차 두대로 나눠타고 출발했다. 라코너 입구로 들어가서 얼마가지 않아 좌우로 넓은 벌판이 펼쳐진다. 두문두문 한무리의 새들이 눈에 뛴다. 오래전 들려서 보았던 새들의 장관을 다시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쿵쿵 뛴다.

라코너 입구에 거의 다와 왼쪽으로 엄청난 무리의 새떼들이 보인다. Snow goose(흰기러기) 들이다. 회원들 모두 난리가 났다. 사진 촬영을 다니다 보면 주차 공간이 마땅치않아 촬영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바로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차를 세우고 카메라들을 챙기고 빠른 걸음으로 새들에게 다가갔다. SKAGIT WILDLIFE RECREATION AREA 란 팻말이 조금은 초라하게 서있다. 급한 마음에 조금더 들어가니 그지역 안전요원이 더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새들 보호 차원인듯 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새를 놀라게 해서 일부러 날리게 한다던가 너무 가깝게 접근하면 벌금으로 $226불 이란 엄청난 돈을 물어야 한단다. 자연보호 및 야생 동물 보호에 대한 이들의 생각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이곳은 한지역에 엄청나게 많은 철새들과 텃새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년중 1월에서 3월사이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시기엔 새들 보호 차원에서 안전요원들도 계속 순찰을 돈다. 그리고 우리 이외에 많은 사진가들이 이름도 거룩한 대포(초대형 망원렌즈)로 무장하고 사진들을 찍고 있다. 조류 사진이나 야생동물 촬영은 가깝게 접근 할 수 없어 이러한 초망원 렌즈가 제격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 우리 회원님들은 일반 풍경 촬영을 많이 하다보니 초망원 계열 렌즈는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열악한 장비를 들고 당당하게 촬영을 시작했다.

몇년전에도 본 풍경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많아 보인다. 뭐라고들 하는지 지져되는 소리가 시끄럽다. 앉았다 다시날고 날다가 다시 앉고를 반복 하면서 무슨 신호라도 주고 받는지 조금씩 계속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 형언 할 수 없는 그런 풍경들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생각 같아서는 돌을 던지던가 소리를 질러 한꺼번에 날개 하고 싶지만 보는 눈들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금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계속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오래하고 그래도 웬만한 사진은 자신있다 생각한 나도 조류 사진이 이렇게 어렵구나를 새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사진의 한계는 끝이 없는듯 하다^^ 파인더로 보는 이들의 세상은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을듯 하다. 정신 없이 눌렀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에 이렇게 많이 셔터를 눌러본 적은 없을것 같다. 그만큼 한컷 한컷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것 같다.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는 순간을 잡아낸다는 어려움이 이런것이구나를 현장에서 느끼는 하루였다.

새들의 이동을 따라 계속 옮기다 새들이 모여있는 가장 끝쪽 까지 갔다.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사진을 만들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다시 파인더를 들여다 보는 순간 갑자기 수천마리 아니 수만마리 가 될것같은 새들이 동시에 날기 시작했다. 카메라 파인더에 빈틈이 없을정도 새들로 가득하다. 뭐라 말이 나오질 않는다. 황홀 하다는 말이 가장 적합한듯 하다. 조그마한 파인더에서 움직이는 새들의 요동은 정말 장관 그자체다. 정신없이 눌렀다. 초점 맞추고 구도 잡고 할 여지도 여유도없었다. 그 느낌 그대로라도 화면에 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밖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정말 난생 터음 느껴보는 절묘한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니 새들은 조금먼 다른 공간으로 다 이동한 상태다. 조금전에 느꼈던 황홀한 기분의 여유운이 계속 남는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촬영을 한후 다시한번 새들이 잇는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도 아직 미련이 남은듯 하다. 다시 라코너 입구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많았던 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디 숨을곳도 없는데 다들 저녁밥 먹으러 간건지 …

아주 멀리 아까보단 적지만 수많은 새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렇게 끝을 내야 할것 같다. 회원들과 아쉬움을 달래고 우린 철수를 결정했다. 오후 늦게 하늘이 열리면서 석양 빛에 물든 마운틴 베이커인지 쑥산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모습이 절경이다. 짧은 시간 여러가지를 생각 할 수 있는 소중한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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