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10개 폭포의 비경: 오레곤 실버 폴 주립공원(Silver Falls State Park)
- sajintour
- 2016년 11월 16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워싱턴주나 그 아래 오레곤주는 강수량이 많아 폭포도 많다. 특히 오레곤주는 '폭포 천국'이라 불릴 정도다. 지난번에도 콜롬비아 리버 주변의 폭포들을 몇 곳 알아보았지만, 그곳뿐만이 아니다. 유심히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보이는 것이 폭포다. 그중에서도 콜롬비아 협곡 못지않게 수많은 폭포가 집단으로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실버 폴 주립공원(Silver Falls State Park)' 이다.
실버 폴 주립공원은 오레곤주 주도가 있는 살렘(Salem)이란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I-5 고속도로로 길을 잡는다. 다른 곳을 둘러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만큼 먼 길이기 때문이다. 편도 4시간, 왕복 8시간 정도니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먼 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정도 거리는 일도 아니다. 그저 휙 하니 달려갔다 올 수 있는 가벼운 거리다.^^
사실 '주립공원'이나 '폭포'라는 단어만으로는 내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그동안 수많은 폭포를 보아왔고, 워싱턴주에 있는 주립공원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막상 가봐야 실망하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해 전부터 모든 주립공원이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국립공원이 아니면 주립공원 자체는 무료로 들어가는 곳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레곤 주립공원의 입장료가 워싱턴주보다 저렴한 5달러라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오레곤주에 있는 명소라 하니, 싸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우기라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일기예보를 보니 출발하기로 결정한 날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길을 나섰다. 워낙 기상 변화가 심한 지역이라 예보를 백 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었지만,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나름의 운치가 있을 듯해서 무모함을 무릅쓰고 출사를 감행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한 시간 늦은 8시에 시동을 걸었다. 해가 일찍 떨어지는 겨울철이라 조금만 늦어져도 일정이 꼬이기 십상이었지만, 일단 답사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다. 요즘은 내비게이션 덕분에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어 참 편리하다. 간혹 엉뚱한 길로 안내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편한 것이 사실이다.
차를 몰고 가다 보니 실버 폴 주립공원이 그 지역에서는 제법 유명한 명소인 듯했다. 길목마다 '실버 폴 루트'라는 입간판이 연이어 서 있었다. 언제나 처음 찾아가는 길은 설렘과 기대를 품게 만든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하얀 눈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며칠 동안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이곳은 생각보다 지대가 높은 고지대인 모양이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무척 흐리고 안개도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나아가다 보니 마침내 'Silver Falls State Park' 안내 표지판이 나타났다. 공원 입구로 들어섰는데, 주차장 규모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국립공원 주차장보다도 넓어 보였다. 한여름 피서철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북적일 듯했다.
우리가 처음 도달한 곳은 여러 폭포 중 '사우스 폴(South Falls)' 안내판이 서 있는 구역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으로 진입하는 입구는 두 곳이다. 사우스 폴 구역과 노스 폴 구역이다. 그중 사우스 폴은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정식 매표소가 설치되어 있다. 반면 노스 폴 구역은 아주 작은 주차장에 무인 봉투로 직접 입장료 5달러를 넣는 시스템이다.
안내판 앞으로 다가가 확인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공원이었다. 한 바퀴를 순환하며 트레킹할 수 있는 코스로, 전체 길이가 6마일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코스 안에 무려 10개의 폭포가 빼곡히 모여 있다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기막힌 일이었다. 한 구역 안에 10개의 폭포가 몰려있다니 선뜻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우스 폴을 시작으로 노스 폴까지 둘러보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계곡 안으로 들어서 산길을 따라 걷는 탐방로다. 전체를 다 돌아보는 데 약 6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 글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이미 정오에 가까운 12시 무렵이었으니, 오늘 하루 만에 전체 코스를 다 도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도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자고 다짐하며 신발 끈을 단단히 매었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묵직한 삼각대까지 손에 든 채 걸음을 옮겼다.
폭포들이 이어진 계곡에는 깊은 안개가 감돌아 특유의 고즈넉한 운치가 돋보였다. 거기에 짙지는 않지만 잔잔한 가을빛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운치를 더해주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오랫동안 걸어도 크게 힘들지 않은 완만한 길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폭포가 폭포수 뒤편 바위 굴로 걸어 통과할 수 있도록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어 색다른 매력을 안겨주었다.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거닐다 보니 마음에까지 부드러운 여유가 스며들었다.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는 듯했다. 지칠 만하면 정겹게 나타나는 폭포들이 산행의 피로를 깔끔하게 씻어주었다. 궂은 날씨 탓인지 방문객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폭포 하나하나의 규모는 당당하고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6개의 폭포를 둘러보고 조금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한쪽은 폭포 3개가 더 있는 노스 폴로 이어지는 길이었고, 다른 한쪽은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비교적 쉽게 돌아갈 수 있는 윈터 폴(Winter Falls) 방향이었다. 윈터 폴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다른 구역에 비해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하얗게 쌓인 눈도 조금 눈에 띄었다. 다른 폭포들보다 고도가 조금 높은 지대라 그런 듯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산길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철 일몰 시간이 가까워져 오니 어둠이 한층 더 빠르게 내려앉았다. 일단 오늘은 아쉽지만 7개의 폭포만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다음을 기약하며 계획을 새로 세워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총 5시간 정도를 걸었다. 정성껏 사진을 담으며 5마일 남짓 되는 길을 걸었으니, 시간 가는 줄도, 거리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른 채 몰입했던 하루였다. 다리가 조금은 뻐근했지만 자연의 숭고한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체감한 뜻깊은 여정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요놈의 오기가 발동해 다시 길을 나섰다. 첫날 보지 못하고 돌아온 나머지 폭포들이 자꾸만 궁금했고, 전체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깊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출발 시각은 지난번과 비슷한 아침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노스 폴 주차장으로 곧바로 향했다.
노스 폴 구역에서 만난 나머지 3개의 폭포 역시 기대 이상으로 멋진 위용을 자랑하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구석구석 프레임에 담으며 천천히 둘러본 덕분에 그날도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만난 사람들은 간편한 하이킹 차림으로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편안한 표정으로 거니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 보였다.
탐방로 전체가 완만하게 다듬어져 있어 전문 등산 장비나 거창한 복장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더없이 훌륭한 코스다. 공원의 거대한 규모와 폭포들의 웅장한 위용으로 보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주차장 규모를 볼 때, 한여름철에는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여유 있게 풍경을 담기 힘들 듯하여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하얗게 내린 직후 다시 한번 찾아와도 참 근사하겠다는 마음을 품으며 아쉬우면서도 뿌듯했던 실버 폴 여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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