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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Lake

"10월 둘째 주, 네번째 도전은 겨울이었다"

아주 오래전 사진모임에서 처음 방문했던 기억이 워낙 강해 늘 한번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이다.

그런데 그 곳과의 만남이 생각보다 싶지는 않았다. 몇 번의 도전은 날씨 상황과 맞물려 계속 난항에 부딪치고 말았다.

이곳의 이름이 왜 Blue Lake인지를 정상에 올라가서야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 곳이다. 호수 자체가 불루 컬러였다. 주변의 산악 지형의 잔설, 그리고 적당하게 물든 가을 색과 맞물려 감동이 배가 되었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그 후로 이번까지 3번째 도전을 해본다.

이곳은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20번 도로 선상에 위치한다. 워싱턴 패스 조금 못 미친 곳이다. 두번째 방문은 첫번째 만남의 설렘을 간직한 채 올라갔다. 그런데 그날은 청색 호수는 온데간데 없고 회색 호수만 남아 있었다.

날씨가 흐려 파란 하늘이 전혀 없던 그런 날이었다. 파란 하늘의 청색이 호수에 반영되어 호수 전체가 청색 잉크를 풀어놓은 듯 파랗게 보였던 것이다. 힘들게 올라가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큰 날이었다.

그리고 몇해전 10월 세번째 만남을 기대하며 출발했다. 날씨도 맑고 쾌 청해서 마음까지 설레 였던 날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디아블러 댐을 지나 워싱턴 패스 방향을 가다 보니 가을은 온데간데 없고 한 겨울로 들어간다. 엄청나게 쌓인 눈은 둘째치고 눈까지 펑펑 내린다.

이 길은 눈이 많이 오는 관계로 11월부터는 통제 구간으로 알고있다. 눈이 쌓인 건 그렇다 쳐도 눈까지 내릴 거란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라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불루 레이크 올라가는 입구는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눈이 쌓여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3번째 만남은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덕분에 워싱턴 패스에서 겨울의 풍경을 제대로 담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둘째 주 4번째 만남을 기대하며 출발했다. 예년보다 한주 빨라 조금은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불루 레이크를 가기 전 만나는 뉴 할렘이란 동네는 워싱턴주에서도 알아주는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자주 가본 곳이라 이날은 그냥 통과한다.

드디어 불루 레이크 입구에 도착했다. 출발할 땐 날씨가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막상 이곳에 오니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라 이번엔 제대로 된 청색 호수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마음까지 설레 였다.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출발했다. 주차장에서 목적지까진 한시간 여 거리,편도 2.2마일 왕복 4마일이 조금 넘는 쉽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코스다.

그런데 문제는 올라가면서 생겼다. 중간 정도 올라가니 눈이 장난이 아니다. 등산길이 온통 눈으로 되어있다. 겨울등반장비를 준비하지 않아 내려 올 길이 걱정이다. 올라갈수록 점점 깊은 겨울 속으로 들어간다.

미끌미끌 눈길을 걷고 땀을 흘리다 보니 어느덧 호수 앞이다. 상당히 많은 눈이 호수 주변으로 쌓여있다. 운신의 폭이 적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이날도 블루 레이크는 아니었다. 분명 하늘이 맑고 파란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처음 올라온 때도 늦가을 저녁 무렵이었는데 내 짧은 상식으론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두 번째 올라와서 보았던 회색 호수보다는 좋은 분위기다, 광선 상태도 좋아 상상했던 청색 호수는 아니지만 이것으로 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하다 보니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진다. 기온이 상당히 낮은 듯 했다. 벗어둔 잠바를 입고 최선을 다해 촬영을 하고 내려갔다.

이렇게 해서 몇 년에 걸쳐 마음에만 두었던 블루 레이크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물론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이렇게 본 것 만으로도 만족한 하루였다. 그리고 내려오다. 예상대로 3번의 엉덩방아를 찧으며 추억을 흠뻑 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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