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바위와 거친 파도 너머의 진면목: 오레곤 캡 키완다(Cape Kiwanda)
최종 수정일: 8월 9일
오레곤 해안은 언제가도 늘 새롭다. 누구보다 자주 가본 곳이라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곤 하지만, 늘 수박 겉핥기식 방문이었기에 아쉽고 부족함이 많았던 지역이다. 이번에 다녀온 '캡 키완다(Cape Kiwanda)'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사진은 마음으로 보고 발로 찍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장거리 여행의 피곤함과 귀찮음이 발동해 대충 둘러보고 돌아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 캡 키완다 역시 내게는 대표적인 그런 장소였다.
이곳의 명물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바위섬이다. 이 바위의 정식 이름은 '치프 키완다 락(Chief Kiwanda Rock)' 이다. 바위 아랫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코끼리 코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바위섬이다. 그동안은 이것이 전부인 줄 알고 늘 그 주변만 살짝 둘러보고 돌아오곤 했다. 바위섬 오른쪽으로 높고 가파른 모래 언덕이 형성되어 있고 그곳으로 늘 수많은 사람이 오르내리곤 했는데, 전에는 그저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결심을 했다. '제대로 한번 둘러보고 오자!' 그렇게 길을 나섰다. 타코마에서 이곳까지는 차로 약 4시간 거리다. 결코 짧은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갈 만큼 아주 먼 길도 아니다. 아름다운 일몰 풍경까지 담아볼 생각으로 느지막하게 출발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듯한 가을 날씨에 주말마다 궂은비가 내렸던 터라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마저 무척 화창하고 맑았다. 떠나는 발걸음이 절로 행복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생각보다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해도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 사진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모래 언덕을 밟고 올랐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중턱쯤 오르자 왼편으로 나지막한 철망 펜스가 눈에 들어왔다. 위험 구역임을 알리는 경고문과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철망을 넘어 안쪽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철망 자체도 사람이 넘어가기 편하게 널찍널찍하게 낮추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철망을 넘어섰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갯바위 주변을 메우고 있었다. 불안했던 미안함은 어느새 도리어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지반이 약하고 파도가 거세어 안전상의 이유로 통제해 둔 듯하여 마음 한구석은 조금 미안했지만 말이다.
언덕 아래 갯바위 쪽으로 내려가 보니 밀려드는 파도의 기세가 참으로 어마어마했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웅장한 파도가 곧 몸을 덮칠 것처럼 거세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바다를 보아왔고 다양한 파도를 접해왔지만, 이곳에서 느낀 감흥은 사뭇 달랐다.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진짜 바다를 마주한 듯 온몸에 새로운 에너지가 솟구쳤다.
철망을 넘어 들어가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구석 발품을 팔며 관찰하길 참 잘했다 싶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다시 철망을 넘어 언덕을 내려왔다. 언덕 아래로 내려오니 수평선 너머로 해가 보기 좋게 안겨들며 노을을 물들이고 있었다.
늘 그렇듯 짧고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가슴 가득 행복을 안고 돌아가는 길이다. 다음의 새로운 풍경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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