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 해안은 언제가도 새롭다. 누구보다 자주 가본 곳이라 자랑 아닌 자랑을 하지만 늘 수박 겉 핥기식의 방문이라 아쉽고 부족한게 많았던 지역이다. 그런곳중 한곳이 이번에 방문한 Cape Kiwanda 다.
“사진은 마음으로 보고 발로 찍는다.” 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장거리 여행에 피곤함과 귀찮니즘의 발동으로 대충보고 돌아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도 그런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의 대표 명물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큰 바위섬이다. 이 바위의 정식 이름은 Chief Kiwanda Rock 이다. 바위 아래부분이 구멍이 뚫여 멀리서 보면 마치 코끼리 코 같이 보이는 이색적인 바위섬이다. 이게 다 인줄 알았다. 늘 그 주변만 보고 왔다. 바위섬 오른쪽으로 조금은 높은 그리고 가파른 모래언덕이 있다. 그곳으로 늘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그냥 그렇게만 보고 왔다.
그러다 결심했다. 제대로 한번 보고 오자! 그래서 출발한다. 타코마에서 이곳까진 4시간 결코 짧은 길은 아니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은길이다. 일몰까지 생각헤서 늦으막하게 출발한다. 예년 보다 일찍 찾아온듯한 가을. 거기다 주말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조금은 걱정 했지만 다행이도 날씨마져 좋다. 떠나는 길이 행복하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좋은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된다. 해도 적당히 기울어 촬영하기도 좋은 조건이다.
도착하자마자 모래 언덕을 올랐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중턱쯤오르니 왼편에 철망이 있다. 위험하다는 표시와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냥 넘어간다. 철망이 넘어가기도 좋게 널직널직하게 쳐저있다.
처음엔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철망을 넘어갔다. 가보니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미안한 마음보다 당연한 마음으로 바뀐다. 지반이 약하고 파도가 심해 못들어가게 한듯한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삼킬듯한 파도가 몸을 덮칠듯 달려든다. 지금까지 다양한 파도를 보아왔지만 느낌이 다르다. 살아있는 바다를 보는듯해 힘이 쏜는다.
철망 넘길 잘했다. 구석구석 둘러보기도 잘했다. 정신 없이 셔터를 누르고 다시 철망을 넘었다. 언덕 아래로 내려오니 해가 보기 좋게 지고 있다.
늘 그렇듯 짧고 피곤한 일정이지만 행복한 마음을 안고 올라간다.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