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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추억 Shi Shi Beach

Shi Shi 비치는 같은 올림픽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지형적인 어려움으로 많은 사람이 찾지 못하는 오지와 같은 곳이다. 이곳을 처음 알게된건 10여년 전이다. 사진 모임의 첫 야영 모임이 있었다. 미국 최 서 북단 Neah Bay로 가기로 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은 자주 들리는 곳이지만 워낙 거리가 먼 곳이라 당일로는 엄두를 못 내는 곳이다. 그래서 1박 2일로 떠났다. 첫날 그곳을 잘아는 회원 분이 저녁 먹고 Shi Shi Beach를 가자고 했다. 워낙 노을 촬영 분위기가 좋아 난다긴다하는 사진가들이 선호하는 장소라고 …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출발 했다. 그냥 좋다는 말 말고는 별다른 정보 없이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 주변에 0.6마일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거리도 짧아 왕복하는데도 별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 부담없이 들어갔다. 늦게 출발한 길이라 숲속 길은 금방 어둑어둑 해진다. 그런데 0.6마일 이란 길이 가도가도 끝이 없다. 거기다 길은 질퍽하고 걷는데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다.

벌써 숲길은 깜깜하다. 금방 갔다 나올길인줄 알고 아무 준비도 없이 온 우리는 더 어두워져 문제가 생기기 전엔 나가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 나왔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그동안도 몇 번을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한 길이다. 니허베이까지의 길도 워낙 멀고 나중에 안일이지만 비치 입구에서 해안까지는 2마일이 넘는 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엄청난 길이다. 처음 우리가 본 0.6마일은 다른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었는데 회원 모두 사이사이비치 까지의 길로 잘못 본 것이었다.

그런 곳을 이번에 사진회원들과 다녀왔다. 정말 큰마음 먹고 결정을 했다.워낙 험한 곳이란 소문이 나서 그런지 참가 회원이 적었다. Neah Bay는 Makah인디언 보호지역에 있다. 거리도 타코마에서 그곳 까지는 약 180마일 시간도 4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정말 먼 곳이다.

아직은 해가 짧아 조금 서둘러 출발 하기로 했다. 아침7시에 타코마에서 모인 회원 분들과 출발 했다. 포트 엔젤레스에서 배를 타고 넘어온 북쪽 회원님들과 만났다. 2월날씨 답지 않게 화창한날이다. 올림픽마운틴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오랜만에 좋은 날씨고 올림픽 산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많지않아 일단 허리케인 릿지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노면 상태가 좋지 않다고 길을 막아 놓았다. 아쉬운 마음을 앉고 돌아 나왔다. 애초에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므로 아쉽긴 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101번 도로를 타고 서쪽 방향으로 가다 113번 도로 갈아타고 계속 북으로 올라갔다. 112번 도로를 만나면서 다시 서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니허베이다. 입구부터 인디언 마을 분위기가 여기저기 보인다. 커다란 인디언 장승과 인디언 문양들이 눈에 띤다. 니허베이를 빠져나와 해안 쪽으로 가다 보면 해안가가 나온다. 이곳이 Makah Bay다. 여름엔 많은 야영 객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 날씨가 추운 탓인지 캠핑하는 사람들은 없어 보인다.

캠핑 장을 지나 조금 내려가니 해안가가 바로 보인다.날씨가 워낙 맑아 그런지 바람도 잔잔하다. 오랜만에 고요한 바다를 본다. 7시에 출발한 길인데 어느덧 12시다. 회원들과 준비한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했다. 일반 지도에는 없는데 구글에서 검색한 지도 상으론 Shi Shi Beach Road가 있다. 그길 로만 갈수 있다면 해안까지 가는게 생각보단 수월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길이 막혀있다. 도로 이름도 없다. 분명 Shi Shi Beach Road 같은데 막혀있다. 좁은 길이다. 당연히 비포장이다. 차 한대 겨우 지나다닐 정도 길이지만 막혀 있으니 할 수 없었다. 원래 계획대로 걸어가야 할 판이다. 그곳을 지나 조금 내려가니 조그마한 주차장이 나왔다. 비치 입구 였다. 6년전에 본 0.6마일 안내판도 보인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번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심호흡을 하고 출발했다. 입구는 깨끗했다. 질퍽 하지도 않고 단단한 오솔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은 나무 다리를 만들어 놓아 편하게 걸을 수가 있었다. 오르막도 없다. 당연히 내리막도 없다. 이런 길이라면 10마일 아니 그 이상도 걸을 수 있을 듯 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숲길 여기저기 이름 모름 꽃이 피어있다.

숲 속을 헤치고 나온 광선이 좋다. 그런데 그런 행복도 잠깐 길 상태가 변한다. 물도 많이 고여있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길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질퍽한 길과 고여있는 물을 피해 가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된다. 어느 곳은 도저히 걸을 수도 없는 곳도 많았다. 돌아갈 길도 없다. 푹푹빠지면서 걷는 방법밖에 없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다. 간혹 나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해안은 정말 좋단다. 그 말에 희망을 갖고 또 빠지면서 걸었다. 생각보다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파도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가깝게 들린다. 안도에 한숨이 나왔다.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으로 나가보았다. 장관은 장관이다. 지금까지 보았던 워싱턴 바닷가 하고는 분위기 자체가 틀렸다. 빠지면서 걸어온 길이 아깝지 않았다. 빨리 내려가고 싶었다. 서둘러 입구까지 왔다.

팻말이 보인다. 이곳부터 국립공원이라고 써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공 원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개발이나 관리가 안된 듯 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국립공원 입구라는 팻말이 있긴 한데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질 않는다. 그냥 가파른 절벽같은 길이 우리를 막고 만 있다. 입구를 잘못 찾았 나 싶어 다시 올라가 보아도 길은 없다. 정말 자연그대로의 상태로 나둔듯 하다. 내려가는 길이 수월 치는 않았다. 힘들게 내려왔다. 오긴 왔는데 이따 해지고 나갈 길이 걱정이다.

걱정은 나가면서 하기로 했다. 일단 내려왔고 힘들게 왔으니 사진 찍을 생각만 하기로 했다. 밀물이 멀지 않은 듯 했다. 점심을 먹었던 해안의 잔잔한 파도와는 다른 물결이다. 심한 파도가 밀려온다.물이 빠지기 전에 사진 찍을 욕심으로 해안가 바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홍합 무리가 장관을 이룬다. 발디딜틈이 없다. 말미잘도 한몫 한다. 점점 물이 들어온다. 서둘러 나왔다. 조금은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반대편 해안으로 가기 위해서다.

해안가에 희한하게 생긴 바위들로 장관을 이룬다. 끝이 뾰족하게 생긴 생김새가 지금까지 보아온 바다 풍경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 보아온 워싱턴 바다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강했다. 그리고 거칠다. 묘한 힘이 느껴진다.모두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는다. 해안 아래로 내려가지니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모래바닥에 몸을 누웠다. 아직은 추운날인데도 햇빛이 따갑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해가 많이 떨어졌다. 물도 많이 들어왔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라 사진적 요소는 많이 약한 날이다. 사진은 기다림의 예술이라 했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주워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몰의 가장 좋은 위치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어느덧 해가 진다.

나갈 길이 걱정이다. 밝은 시간에도 힘든 길이다. 낙조를 즐길 여유가 없다. 서둘러 철수하기로 했다. 가파른 길을 다시 올랐다. 아직은 빛이 있어 다행이다. 질퍽 한길을 피해 요리조리 걸었다. 점점 어두워진다. 모든 회원이 준비한 후레쉬를 들고 앞사람을 따라 걷는다. 걷기는 힘들어도 색다른 경험이다. 앞만 보고 걸으니 거리감도 없다. 귀신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걷 다보니 빠지는것도 싫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주차장에 도착했다. 들어갈 때 있던 몇 대의 차들도 다 나가고 우리 차만 남아있다. 하늘에 별들이 가득하다. 달빛이 밝아 생각보단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별들이 우리를 밝혀준다.

혼자는 도저히 오기 힘든 길 회원들이 있어 올 수 있었던 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같이 와준 회원님들이 더욱 반갑고 고맙다. 자동차 라이트를 밝히고 저녁을 먹었다. 점심 못지않은 진수성찬으로 길바닥에서 먹는 식사는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맛이다.

자 다시 출발이다. 집까지 4시간30분 내일이나 도착할 시간 그래도 6년동안 벼루었던 곳을 보고 간다는 뿌듯함에 피곤도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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