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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St. Helen 를 가다

1980년 5월18일 Mount Saint Helens의 화산이 폭발 한다. 공교럽게도 우리나라 518광주사태와 동시에 터진 화산으로 우리 교민들에겐 더욱 인상 깊게 남은 산이다.

우리가 사는 타코마에서 80여마일 남쪽에 위치한 산이지만 화산 폭발당시 타코마에도 화산재의 피해를 입을정도의 대규모 폭발 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자연 교육현장으로 만들어 매년 많은 방문객을 맞는 곳이 되었다. 몇년전에도 화산활동이 왕성해 지면서 또 한번의 폭발이 있지안을까 할정도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활화산이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때는 한국에서 관광차 들어온 1992년이다. 이때만 해도 화산 폭발이 있은지 얼마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지금보다 더 당시의 상황을 가깝게 느낄수 있었다. 화산이란 용어 자체를 책을 통해서만 보고 들었던 처지라 직접 화산이 폭발했던 산을 본다는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던 산이다. 오늘은 이곳을 사진모임 회원들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방문을 했던 산이다. 늘 수박 겉할기식으로만 잠깐 잠깐 보고 내려오는게 전부 였다. 그런데 내가 처음 방문 했을때의 감동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게 늘 궁금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헬렌을 방문하는 길은 3곳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입구는 서쪽 입구다. I-5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Exit 49로 나와 504번 도로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곳은 비지터 센터가 크게 있고 그안에 들어가면 폭발 당시의 상황과 자료를 보여주는 곳이지만 주변 풍경은 시간이 많은 흐른탓에 많이 희석되고 복원되어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기엔 조금 무리 인곳이다. 그러나 가는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쉬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해 헬렌을 방문한다.

또 다른 입구는 남쪽에서 들어가는 방법으로 Exit 21로 나가 503도로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마지막 입구는 동쪽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타코마에서 출발하면 7번도로로 가다 12번도로로 들어가 25번 도로로 나가면 된다. 다시말해 레이니어 파라다이스 방향으로 가다 중간에 25번도로로 들어가면 나온다. 내가 처음 방문 했을때 간곳은 동쪽 출입구 였다. 처음대한 동쪽입구에서 본 헬렌의 모습은 나에겐 상당한 충격과 감동 이었다. 다소 늦게 도착해서 자세히 보고 오진 못했지만 잠깐동안 본 헬렌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미국으로 이민와서도 늘 다시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번 여행은 자주가는 서쪽 입구가 아닌 늘 가보고 싶었던 동쪽 입구로 방향을 잡아 본다. 겨울엔 많은 눈으로 입구가 막히지만 여름엔 항상 오픈을 하는 곳이다. 이곳은 그동안 몇번 방문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몇해전부터 해동기만 되면 눈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대형 산사태로 입구로 들어가는곳의 다리가 무너져 매번 돌아나와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행스럽게도 입구가 열려 들어갈수 있었다. 다리 입구에 가보니 산사태의 상황이 상상이 갈정도 어마어마 했다. 쓰러져 있는 나무 무너져 내린 흙들이 그때 상황을 가늠해 보게 한다. 다리는 가교로 만들어 놓았다. 새로 만들어놓으면 매번 유실되는 바람에 그냥 가교로 해놓은듯 하다.

다리 통과 한후 한참을 올라 갔다. 주변 분위기가 3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30년전의 아픔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새로 자란 나무 사이로 당시 열기에 타버린 고사목들이 사이사이에 꽤 많이 남아있다. 사진을 찍는 우리에겐 정말 좋은 대상이지만 당시에 아픔이 조금은 느껴지는 풍경들이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들이 나왔다. 우린 그냥 통과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Windy Ridge 까지 올라갔다. 넓은 파킹장이 나왔다. 이름 그대로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불어온다.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운날이 많아서 그런지 그동안 다닌 산에서 많은 모기 때문에 고생을 했다.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도착을 했지만 강한 바람 때문인지 아님 조금 누그러진 날씨 때문인지 모기가 괴롭히진 않았다. 청명한 하늘과 둥실둥실 떠있는 풍경이 보는것만으로도 예술이다. 파킹장에 차를 세우고 촬영 준비를 했다.

파킹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헬렌의 위용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가파른 언덕에 상당히 많은 계단이 하늘 끝까지 올라갈듯 만들어져 있다. 헬렌의 높이가 8336피트 고 우리가 있는 windy ridge는 그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있다. 산정상엔 눈은 다녹아 없는데 분화구 주변엔 많은 구름들이 들어차있어 마치 분화구에서 연기가 나는듯 보인다. 우린 신발 끈을 동여메고 계단을 오를준비를 했다. 맑은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오른내린다. 헬렌산은 가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정해진 코스 이외엔 밟으면 안된다. 코스밖으로 나가면 벌금 $100를 내야 한단다. 자연을 보호하고 자생력을 키워주는 차원이지만 촬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조금은 불편한 조건이었다. 그래도 그 룰을 따라야 한다. 가급적이면 정해진 코스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아쉽지만 결심을 한다.

계단의 숫자는 세어 보진 않았지만 정말 무수히 많은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자자란 돌로 된 언덕이라 계단이 없으면 올라가기 힘든 지형인데 계단 덕분에 쉽게 올라갈수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정상이 나왔다. 뻥뚫린 사방이 기분마져 상쾌하게 한다. 날씨가 맑고 깨끗해서 그런지 사방에 포진하고 있는 유명산들이 다보인다. 제일먼저 레이니어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이고 그 옆으로 아담스 정상도 보이고 멀리는 오레곤의 마운틴 후드까지 희미하지만 보인다. 산 아래로는 헬렌의 계곡과 그 아래로 이름모름 폭포가 아련하게 보인다. 멀리서도 그 위용이 대한해 보이는 폭포는 마치 영화에서 보는 신선들이 장기한판 두고있는듯한 분위기로 우리를 유혹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거기까지 갈수있는 트레일도 있다고 한다. 왕복 7-8마일 코스니 가벼운 코스는 아닐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시도해 볼 작정이다. 정상에선 보면 서쪽 입구로 들어가면 보이는 비지터 센터도 손에 잡힐듯 앞에 있고 우측으론 Spirit Lake이 수많은 고사목을 껴앉고 있다. 꽤 넓은 호수의 3/1정도가 고사목으로 빼곡하다. 바람의 영향인지 모든 나무들이 동쪽 호수가로 나 모여 빈틈없이 차있다. 당시의 굉장했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듯 도 하다.

언덕으로 좁은 오솔길이 계속 이어진다. 수많은 야생화들이 환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듯 하다. 군데 군데 여러 형태로 누워있는 고사목들은 아픈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멋을 풍기며 우리에게 멋진 포즈를 취해준다. 조금 가다보니 호수 아랫부분이 더욱 확실하게 보인다. 어느정도가다 거의 비슷한 코스라 돌아 나왔다. 다시한번 재 정비를 하고 다음장소로 이동을 했다.

Spirit 호수로 내려가기위해 차를 타고 다시 내려갔다. 조금가다 주차장이 나와 차를 세웠다. 위에서 보니 그리 먼길은 아닌듯 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내려갔다. 조그만 오솔길이 만들어져 내려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그런데 하나같이 웃는 얼굴들이 없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코 내려가다보니 어느덧 산길은 다 내려왔다. 호수로 이어지는 넓은 평지를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고사목은 물론 새로자란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 생명이 가득한 산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었다. 자연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을 새삼스럽게 하면서 호수 앞에까지 왔다. 눈에 보이는 광경이 너무도 어마어마해 어떻게 정리를 해서 담아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아래서 보니 호수 전체에 나무가 있는듯 했다. 너무 많은 나무들이 빼곡히 있다보니 그냥 나무위로 걸어가고 뛰어 다녀도 빠질것 같지 않았다. 정말 한치의 빈틈도 없이 꽉차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썩지도 않고 나무들의 색이 회색이라기 보다는 흰색에 가깝게 퇴색된 형태로 자신들만의 멋을 부리고 있는듯 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다 그래도 어떻게 하든 정리를 해서 카메라에 담아야 했기에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럭저럭 담았다. 모든 대상을 한 두번 보는 것으론 자신이 원하는 표현이 안된다는건 누구보다 잘아는 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순간 이었다. 다음엔 좀더 잘 정리 할 수 있겠지 하는 위안을 하고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평지를 지나 언덕을 오르는 길이 나왔다. 근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웬만한 산길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조금 있고 간혹 평지도 나와 숨을 고를수 있는 곳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짧은 길이지만 계속 오르막만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둘쳐메고 웬수같은 삼각대를 들고 오르는 길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운동부족인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아까 내려올때 만났던 사람들이 웃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되는 순간 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 되었다. 30분정도의 거리를 이렇게 힘들게 올라온건 처음인듯 했다. 주차장에 도착해 가방을 풀어놓고 크게 숨을 몰아 쉰다. 상쾌한 바람이 순식간에 땀을 씻겨준다. 조금은 힘들고 무리한 일정인듯 했지만 그토록 벼루고 벼렀던 헬렌의 모습을 완벽하진 않지만 담았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흡족했다. 20여년전에 보았던 감동과 흥분이 다시 살아낳던 즐거움도 있었다. 여행에 끝은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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