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의 대표 명물 레이니어산이다. 우리말로 눈산이라고 불리는 이산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산이다. 산 정상에는 일년내내 만년설로 덮여있는 명산이다. 같은 사진모임에 계신분 중에 유난히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 그분께서 어느 날 마운틴 레이니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말을 전해 주셨다, 그 후로 늘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곳이다. 그러다 결국 갔다. 처음 도전은 6월초 였다. 그런데 실패 했다. 올라가는 길목에 눈이 녹지를 않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월 3째주 사진모임 포인트6에서 다시 한 번 도전 했다.
타코마에서 가까운 곳이라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오전10시30분에 모여 출발했다. 그동안 날씨가 워낙 좋아 눈 걱정은 없었다.
마운틴 레이니어는 수차례 가보았다. 그렇지만 제대로 가본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일반 관광객처럼 파라다이스나 선라이즈 까지 올라가서 간단한 코스로 잠깐 둘러보고 오는 게 전부였다. 산 타는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가능하면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매번 찾았다. 한마디로 수박 겉핥기식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은 늘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항상 따로 놀아 지금까지 실행을 해보진 못했다. 먼발치에서 보는 레이니어도 늘 만족하진 못했다, 여러 가지가 앞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다 오늘 레이니어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하이 락을 찾아가 보았다. 타코마에서 7번 도로로 가다 레이니어로 가는 706도로를 타고 계속 올라간다. Ashford를 지나치면서 조금가다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아무런 팻말도 없다. 이곳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찾아가기가 조금은 힘든 곳이다. 우회전하자마자 비포장이다. 입구부터 High Rock 가는 길목 주차장까지 9마일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은 팻말에 쓰여 있다. 짧은 길은 아니다.
도로 사정도 좋질 않다. 도로폭도 좁지만 중간 중간 움푹파인길이 상당히 많다. 지난겨울 폭설로 쓰러진 도로를 막고 있는 나무들도 종종 눈에 띤다. 물론 차량이 통과 할 수 있도록 처리는 해놓았지만 지난겨울의 사정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분위기다.
계속가다보면 두 번의 양 갈래 길이 나온다. 첫 번째 삼거리에선 그냥 왼쪽 길로 계속 달린다. 두 번째 삼거리에서 오르막인 우측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올라가다보면 주차장이라고 할 수는 없는 조금은 넓은 공간이 보인다. 거기다 주차를 하고 올라가야 한다. 날이 좋은날엔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조금은 곤란해 질수도 있는 그런 곳이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약1.3마일 넉넉잡고 왕복 3마일 정도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오랜만에 산행이라 짧은 코스지만 긴장이 된다. 최근 들어 촬영도 많이 못하고 운동도 거의 안 해 걱정이 앞선다. 입구도 그랬지만 주차를 해놓고도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곳에도 아무런 표식이 없다. 조금은 야속한 곳이란 생각이 드는 곳이다. 산행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면 정말이지 찾기도 힘든 길이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많은 차들로 작은 주차장이 붐빈다. 겨우 빈틈을 찾아 차를 주차하고 올라갈 준비를 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폭이 너무 좁아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한쪽은 무조건 서주어야 하는 길이다. 등산길 양쪽은 가파른 낭떠러지다. 그러고 보니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길인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게 길 양쪽에 나무들이 많아 아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안전한 길이다.
완만한 경사로 계속 오른다. 중간 중간 조금은 가파르다 할 정도의 길도 있지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길은 아닌 듯하다. 물론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산행 초보자의 입장에서 그렇다. 중간 중간 나무사이로 보이는 레이니어의 모습이 반갑다. 레이니어가 눈높이에서 보이는 게 신기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정상에서 0.3마일 정도 남은 지점에 깎아지른 절벽이 나타난다. 왼쪽으론 레이니어가 오른쪽으론 마운틴 아담스가 좌청룡 우백호 형태로 포진하고 있다. 발아래로 보이는 모습이 아찔한 그런 곳이다. 한발 한발 띠기가 조심스러운 곳이다. 여기서 한숨 돌리고 박차를 가하고 조금 올라가면 정상이 보인다.
정상 바로 아래 또 한 번에 아찔한 풍경이 펼쳐진다. 막힐 것 없이 확트인 전경에 레이니어가 자리 잡고 있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당연히 바로 아래는 끝없이 보이는 낭떠러지다. 나도 모르게 엉거주춤한 자세가 나오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바로 정상이다. 정상은 바위산이다. 거친 바위산이 가파르게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 하얀 집이 하나 있다.
lookout 이다.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산불을 관찰하는 장소를 말한다고 알고 있다. 그곳에 들어가니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찌 이런 곳에 이런 집을 지워 놓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했다. 여기저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조금은 힘들 길을 올라오느라 지친 몸들을 쉰다. 자주 쉬면서 올라오느라 올라오는 시간은 약 한시간반정도 걸린 듯 했다.
막상 올라와보니 생각처럼 힘든 코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산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힘든 순간을 넘겨 정상에 올랐을 때의 환희가 작지만 느껴진다.
한숨을 몰아쉬는데 엄청난 선물이 기다렸다. 회원님 한분이 배낭에 엄청난 수박을 넣어 가져 오셨다. 크기도 커서 상당히 무거웠을 텐데 회원들을 위해 고생을 사서 하셨다. 이틀 동안 냉장실에 넣어 두었다 가져오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시원함이 극에 달했다. 올라오느라 엄청나게 흘린 땀때문인지 시원한 게 달기까지 해서 지금까지 먹어본 수박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감탄하고 시원한 수박에 감탄하고 수박을 이곳까지 가지고 오신분에게 감탄하고 이래저래 이곳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인 듯 했다.
한숨을 돌리고 넓진 않지만 주변을 둘러보는데 정말 장관이 따로 없다. 레이니어는 물론 앞에서 본 아담스 산도 그렇고 눈이 다 녹은 마운틴 헬렌도 선명하게 보인다. 더욱 신기한건 오레곤에 있는 마운티 후드도 당당한 위풍을 보여준다. 사방이 막힘이 없어 더욱 좋았던 곳이다. 나중엔 늦으막하게 올라와 석양 모습을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곳이다.
최고의 장소를 최고의 조건에 만난듯해서 여러 가지로 감회가 깊은 촬영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