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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yeijiusa

순천 낙안읍성



우리나라에 보존이 잘된 3대 읍성이 있다. 해미읍성, 고창읍성, 낙안읍성이다. 이 중에서 오늘은 낙안읍성을 다녀올 생각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거리도 멀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30여 년 전 장승 찾아 전국을 떠돌 때 잠깐 들러본 게 전부라 늘 아쉬웠던 곳이다.


그러다 큰마음먹고 휴가를 냈다. 진주 사는 동생이 부모님 봐준다 해서 3박 4일 일정으로 순천행을 결심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좋았던 날씨가 내가 잡은 일정기간 동안 비가 온단다.

비 때문에 포기할 순 없다. 비가 오면 읍성에 분위기나 다른 곳에 느낌도 더 좋을 것 같았다. 거기다 꽃놀이 가는 상춘객도 적을 것 같아 강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속도로부터 내 예상을 깬다. 엄청난 차로 순천까지의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익산에 볼일이 생겨 익산 들려 미륵사지 보고 순천으로 갈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미를 사지는 꿈도 못 꾸고 익산에서 일을 본 후 바로 순천으로 달렸다.


일정을 금요일 출발로 잡은 것부터 실수라는 생각이 늦게나마 들었다. 정말 사진 찍으러 다니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최악의 조건이다. 미국에선 서울 부산보다 먼 거리도 당일로 충분히 촬영하고 왔는데 이놈에 차들 때문에 시간을 길바닥에 깔고 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적응해 가야 할 일이다.


저녁 늦은 시간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30여 년 만에 온 순천이 많이 바뀌었다. 30년 세월이 정말 무상했다.


순천일정 2일 차에 낙안읍성을 방문했다. 이날은 다행히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깊은 구름이 낮게 깔린 게 읍성에 분위기와 맞는듯해 좋았다. 비가 온 후라 돌담과 성곽 그리고 초가에 질감이 더욱 살아나 좋았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일찍 도착했다. 9시 오픈이라 조금 기다린 후 바로 입장이다. 생각처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성곽 위로 올라가 한 바퀴 돈후 내려와 읍성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이곳에 특징 중에 하나가 읍성 안이나 밖에 있는 집에는 실제 사는 집이라는 것이다. 용인에 있는 민속촌과는 다른 느낌이다. 미국 콜로라도에 가면 타오스라는 마을이 있다. 원주민 마을이다. 이곳도 낙안읍성과 비슷하다. 원주민들이 전통가옥을 짓고 사는 공간이다. 그곳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이 많아진다. 거기다 사진 찍는 분들도 많이 온다. 낙안읍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많은 분들이 삼각대 받쳐놓고 사진들을 찍는다.


사진 포인트라고 하는 곳에는 장소 막론하고 늘 사진 찍는 분들이 모인다. 이런 분위기에 할 말은 많은데 여기서 할 말은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읍성에 분위기가 어릴 적 찾아간 외갓집 동네에서 저녁밥 하느라 굴둑마다 나오는 연기들이 안개처럼 가라앉아 묘한 느낌을 주었던 시골에 모습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읍성 자체도 크고 넓고 안과 밖으로 형성된 마을과 분위기가 너무 좋아 9시부터 돌아본 시간이 어느덧 2시를 가리킨다. 마을 안에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또한 사극을 보다 보면 자주 나오는 장소도 있다.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토성을 쌓았고 세종 9년에 방어를 보강하기 위해 석성으로 고쳐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읍성에는 100채에 육박하는 초가집과 옛 성곽, 동헌과 객사등이 남아 있다.


우리 선조들에 생활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이런 마을이 많이 조성된다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본다.


여기까지 온 김에 오래전 촬영 했던 장승이 생각나 찾아보기로 했다. 읍성에서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동네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예전에는 어떻게 찾아다녔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찾기가 어려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네에 인적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물어볼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돌아갈까 하고 차를 돌리다. 장승 한기를 봤다. 대장군인데 여장군은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장승도 예전 같지는 않다. 뭔가 속세에 물든듯한 변질된 모습이 실망감을 준다. 아쉬운 마음을 하고 돌아 나오는데 허전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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