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지역을 조금 지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백악관 주변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내일이 독립기념일이다 보니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 듯했다. 걸어 다니는 사람, 차를 타고 가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거리를 메웠다. 여기저기 내일 행사를 준비하느라 굉장히 바빠 보였다. 들어오면서 보았던 거리 분위기하고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먼저 백악관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다 그곳 근처에 있는 코코란 미술관(Corcoran Gallery of Art)에서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로버트 프랭크의 대표작인 “미국인” 이외의 사진으로 영국 에서 촬영한 London/Wales 사진이었다.
전시장 안에는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 말고도 수많은 사진가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림 전시도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나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았다.
코코란 미술관은 은행가였던 코코란이 소장한 미술품을 기증받아 그 작품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었고 조각, 도자기 직물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오늘 안으로 워싱턴 DC를 빠져나가야 했으므로 미술관에서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전시장을 나와 백악관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울타리 밖에서 백악관 쪽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편으론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청와대 앞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차를 타고 일 때문에 지나친 적은 있지만. 그런 내가 다른 나라 대통령의 집을 보려고 서두르는 것을 보고 우스운 생각도 들었고, 별것 아닌 것을 이렇게 관광 상품화한 이들의 재주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13일 정도 여행을 하면서 많은 관광지를 다녔지만 생각보다 한국인 관광객이 적다는 것을 알았다. 그전엔 유명 지역에는 예외 없이 보이던 한국 사람들이 이번엔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미국 들어오기가 예전 같지 않아 한국인 관광객이 적어졌을 것이고, 한국의 경제 사정도 쉽사리 미국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워싱턴 DC는 워싱턴 기념탑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중요 건물들이 위치했다. 기념탑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백악관이 있고, 동쪽으로 국회의사당, 서쪽으론 링컨 기념관, 남쪽엔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주요 기념관 주변으론 각종 박물관 및 미술관 등이 즐비하여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을 위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질서 정연하게 정비된 주요 건물의 위치와 짧은 자신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여주는 그들의 능력이 지금의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국이란 나라는 겉으로 보면 상당히 무질서하고 자유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엔 뭔가 모를 강한 힘이 이들을 끌어가고 있다는 걸 이곳에 와서 다시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엄청난 힘으로 뭉치는 이들을 자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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