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들어온 지 삼 일째다. 어제 하루 종일 걸어서 오늘 아침을 걱정했더니 다들 멀쩡하게 일어났다. 오늘의 코스는 센트럴 파크와 자연사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국제사진센터, 뉴욕현대미술관, 등이다.
오늘도 조금 헤매다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공원으로 먼저 갔다. 공원 근처에서 내려 지도를 보고 갔다. 좀 더 확실하게 알고 가기 위해 마침 경찰관이 있어 길을 물어보니 우리가 가려고 했던 길과 다른 방향을 말해준다. 조금 이상했지만 경찰관의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가 시키는 대로 갔다.
그런데 그 길은 정반대의 길이었다. 우리가 말이 서툴러 잘못 물어봤을 수도 있지만 지도를 펴 보이며 물어본 길이다. 그것도 다른 데가 아닌 그 유명한 센트럴 파크였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지만 덕분에 뉴욕의 구석구석을 볼 수는 있었다. (인종차별로도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요즘 같으면 네비가 있어 이런일은 없을듯 하다.
어제와는 반대로 시작부터 안 좋았다. 다시 되돌아와 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아침이었지만 공원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날씨는 아침부터 후텁지근하고, 오늘 날씨도 꽤 덥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초여름이라 그런지 아직은 푹푹 찌는 한국 더위 같지는 않았다. 습기도 비교적 적고 자동차도 많지만 공기는 상당히 깨끗한 편이었다.
공원 내에는 산책하는 사람들과 명상을 하는 사람들, 선텐을 즐기는 사람들, 운동을 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맨해튼 중심에 길게 자리 잡은 이 공원은 그야말로 뉴욕 시민의 휴식 공간 인 듯했다. 그런데 모기가 많았다. 잠깐 쉬려고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모기가 물어 금방 일어나곤 했다.
공원이 너무 넓어 걷는 데 한참 고생했다. 아이들이 난리다. 어제부터 온종일 걷기만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살살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계속 걸었다. 공원을 반 정도 둘러보고 외곽으로 나가 미국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 뉴욕의 박물관들은 대부분 센추럴 파크를 중심으로 좌우에 밀집해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은 아이들을 위해 잡은 일정이다. 아무리 일 때문에 하는 여행이라도 뭔가 아이들에게 교육에 그리고 흥미를 줄 수 있는 코스가 필요해서 잡았다. 특히 도희를 위해서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줄도 쉽게 줄지 않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규모나 시설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구성을 해놓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시아 관에서 한국 관을 예지와 도희가 애타게 찾았는데 한참 찾아보니 마네킹으로 만든 글을 읽는 선비와 바느질하는 아낙네의 모습이 보인다. 그게 전부다. (지금은 바뀌었을까 생각해 본다)
중국이나 일본은 전시실 하나를 다 차지하고 소개가 되었는데, 우리는 고작 한 가지 테마가 전부다. 우리는 무척 실망을 했다. 반만년 역사 어쩌고 저쩌고 방안에서만 떠들면 뭐 할까?
한국 관광의 해라고 우리들끼리 소리 지르면 뭐 할까? 외국인 누가 김치 말만 꺼내면 호들갑을 떨면서 전 세계인이 김치를 좋아하는 것처럼 떠드는 방송처럼 겉치레에만 너무 많은 투자를 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2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한류가 세계를 덮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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