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타임 제로라고 불리는 세계무역센터 앞으로 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물 자리는 지금 한창 공사 중이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들도 일부는 보수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911 테러 현장을 보려고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공사장 앞에는 지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조금은 신기했던 게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주변 건물들은 멀쩡했다. 물론 보수를 하고 있는 건물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멀쩡하게 있는 게 정말 신기했다.
타임 제로지역을 둘러보고 배터리 공원으로 들어가 리버티 섬으로 가는 배를 탔다. 배터리 공원은 19세기 포병 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자리였단다. 지금은 시민공원으로 사용한다. 입장료는 어른 10불, 어린이는 4불이다. (2003년 가격) 배를 타고 자유 여신상이 있는 섬으로 가는데 배를 타기 전 검문이 심했다. 마치 비행기 탈 때처럼 짐 검사와 소지품 검사를 아주 철저하게 실시한 후 배에 태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말이 있지만 서로에 생명을 지켜주는 일이라 모두들 당연한 듯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공원에도 완전 무장한 경찰들이 여기저기 서있었다.
전에는 여신상 머리 위까지 올라갔으나 지금은 올라가지는 못하고 여신상 주변에서만 보도록 했다. 911 이후에 바뀐 듯하다. (2004년 여름 재개 방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신상이 상징하는 의미야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나는 배에서 여신상을 실제로 처음 보는 순간 옛날 영화 "혹성 탈출"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다.
여신상 옆에는 엘리스섬이 있는데, 옛날 이곳은 초창기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들이 이민 심사를 받던 곳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미 이민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알카포네도 아홉 살 때 이곳을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자신의 민족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도록 컴퓨터로 데이터화해놓아 누구나 열람이 가능했고, 미국 초창기 이민자들의 자료가 잘 보관되어 그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볼 수가 있었다. 자콥 어거스트 리스라는 초창기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초기 미국의 이민자들의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받는 모습을 작업한 사진들이 생각이 났다.
엘리스 섬에서 바라본 뉴욕 맨해튼의 풍경이 뭔가 허전하다. 알고 보니 국제 무역 센터 건물이 없어서 그랬다. 어딘가 균형이 잡히지 않는 듯한 도시의 스카이 라인이 다시 한번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