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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마이애미 비치의 환상과 실체, 그리고 키웨스트를 향하여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2025년 2월 10일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3일



🍳 야외 식당의 온기와 US-41번 도로의 지평선

아침에 눈을 뜨니 모텔에서 준비해 준 야외 식당의 아침 식사가 예상을 깨고 상당히 근사했다. 가슴 탁 트인 야외에서 바람을 맞으며 온 가족이 오랜만에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식사를 즐겼다.


오전 8시 30분, 모텔을 나와 다시 마이애미를 향해 차머리를 돌렸다. 이미 지나온 길을 도로 거슬러 간다는 것은 장거리 여행길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앞서 로체스터의 코닥 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미련하게 지나쳐두고 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터라, "시간이 조금 낭비되더라도 남부의 명소는 제대로 눈에 담고 가자!" 하고 아내와 하루 더 머물기로 굳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국도 US-41을 타고 내려가는 길은 어제 거쳐온 고속도로(I-75)보다 길은 좁았지만 정취가 넘쳐났다. 도로 양옆 수로에는 무성한 나무들과 함께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보였고,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에버글레이즈 늪지대의 맑은 물과 시원한 지평선이 가슴 속 묵은 답답함을 싹 씻어내 주었다.


🏙️ '마이애미'와 '마이애미 비치'의 오해

도로 공사 구간이 많아 속도를 내지 못한 데다 표지판마저 부실해 한참을 서성인 끝에야 마침내 해변에 다다랐다.

초행길인 우리는 당연히 '마이애미 시(Miami City)' 바로 옆에 해변이 붙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마이애미시와 '마이애미 비치 시(Miami Beach City)'는 다리로 연결된 완전히 별개의 도시였다.


일반 대도시 같던 마이애미시와 달리, 마이애미 비치 시는 입구부터 자본의 냄새와 고급 리조트의 화려함이 물씬 풍기는 명실상부한 부촌 휴양지였다.


일반 해수욕장처럼 훤히 뚫린 입구가 있는 게 아니라 고급 호텔 건물들 사이 골목길로 들어서야 비로소 바다가 나오는 구조라, 외지인이 해변을 찾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공영 주차장에 겨우 차를 대고 주차비를 지불한 뒤 뜨거운 백사장으로 걸어 나갔다.


🌊 소문난 잔치, 마이애미 비치의 씁쓸한 생얼굴

그러나 마침내 발을 디딘 마이애미 해변의 모습은 상상했던 영화 속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었다.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현장이었다.


길게 뻗은 모래사장은 파도에 밀려온 해초 더미로 지저분했고, 쓰레기통마다 오물이 넘쳐 불결하기까지 했다. 내심 은근히 기대했던 영화 속 미녀들이나 화려한 비키니 차림의 글래머 여인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날씨는 어제보다 미세하게 덜 더웠지만, 지독한 습기와 탕물처럼 미지근한 바닷물 때문에 피서의 시원함은 눈곱만큼도 느낄 수 없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의 기본 구도는 아름다웠으나, 흐린 하늘 아래 빛이 죽어버려 사진가로서 색감을 살려내기도 난감했다. 현지인들이 "한여름 플로리다는 비수기"라고 부르던 이유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미련을 버리고,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를 향해

혹시 우리가 찾아 들어온 곳이 진짜 마이애미 비치가 아니었나 싶어 아이들을 물가에 놀게 한 뒤 인근의 다른 해변 구역을 몇 군데 더 돌아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허탈한 실소를 지으며 마이애미에 대한 미련을 미련 없이 털어냈다.


차머리를 돌려 마침내 플로리다 대륙의 진짜 최남단, 꿈의 섬 '키웨스트(Key West)'를 향해 출발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세계에서 가장 길고 아름답다는 '세븐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가 기다리고 있는 곳. 사진가의 차가운 렌즈와 여행자의 부푼 가슴이, 다시금 대서양의 짙푸른 해상 도로를 향해 힘차게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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