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이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날이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행사가 있을 것이다. 도심에서는 밤에 많은 불꽃놀이가 벌어질 것이다. 국가적인 축제일이라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날이기도 하고, 미국인들에겐 가장 큰 명절이다. 간혹 흥분하는 사람들 때문에 작은 사고도 나지만 이들에겐 아주 뜻깊고 즐거운 날임이 분명하다.
벌써 여행을 떠난 지도 14일째, 보름이 다 되어간다. 상당한 기대와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보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별다른 촬영을 하지 못했다. 집사람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나도 태연한 척은 했지만 속이 많이 상한다.
솔직히 동부 쪽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정도 인 줄은 정말 몰랐다.
미네소타부터 워싱턴 DC까지 주변 풍경이 신통치는 않았지만 초행길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 또한 따라 주질 않았다. 하루 걸러 비가 오는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시닉 하이웨이라는 길을 들어가 보아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였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차를 세울 만한 길이 없어서 아쉬움만 갖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걸으면서 해야 제대로 된 대상을 만날 수 있다. 또 그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차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원하는 대상을 찾기란 상당히 어렵다. 멀리서 대상을 볼 수도 없는 것이고 옆을 지나치다 괜찮다 싶으면 이미 때는 늦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내가 사진을 찍겠다고 후진할 수도 없다. 재수가 좋아 그 지점을 조금 지나쳐 차를 세울만한 길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와서 찍으면 된다. 그러나 상황이 그럴 수도 없으면 상당히 안타깝다. 특히 도로 폭이 좁으면 더욱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부를 기대하자. 미국엔 수많은 국립공원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원들은 서부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특히 유타 지역과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지역에 미국 전체 국립공원의 80% 이상이 모여 있고 나머지는 알래스카 지역에 있다. 그래 처음 와 본 동부는 이렇게 지나고 내가 원하는 사진은 서부에서 찾아보자. 이렇게 위안을 하면서 오늘의 길을 잡는다.
오늘은 좀 무리하더라도 플로리다까지 논스톱으로 가기로 했다. 버지니아나, 노스 캘로라이나 지역의 시닉 하이웨이 코스를 생략하고 인터스테이트 도로(I-95)로 바로 플로리다까지 가기로 했다. 약간의 미련은 남지만 동부에 들어와 시닉 하이웨이라고 들어간 길이 그리 신통치 않았다. 이번에도 속는 셈 치고 돌아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시간 낭비일 것 같다는 생각과 시간을 단축해서 서부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나을 듯싶어 그렇게 결정했다.
동부지역을 지나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이곳의 미국인들은 대다수가 무뚝뚝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쳐도 잘 웃지도 않고, 인사도 건네지 않는 것이 서부와는 너무 달랐다. 특히 내가 사는 워싱턴지역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다. 워싱턴 주 사람들은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먼저 인사를 해도 듣는 척 마는 척 그냥 지나간다.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튼 동부는 이래저래 마음이 들지 않는다. 버지니아에서 출발하여 노스 캘롤라이나를 거쳐 사우스캘로라이나 그리고 조지아를 통과해서 플로리다로 들어가기로 했다. 대충 거리는 600마일(966km) 정도고 시간은 열 시간으로 잡았다.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르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최소 12시간은 잡아야 한다.
이럴 때가 가장 싫다. 중간중간 내려 촬영도 하면서 가다 보면 힘든 줄도 모르게 가지만 촬영도 하지 않고 논스톱으로 운전만 하면 상당히 졸리고 피곤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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